요즘 밤마다 연구계획서 초안 쓰는 게 그렇게 설레요. 3D로 만든 공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인지하는지 파고들고 싶어서 관심 연구실 논문을 하나씩 읽는 중이거든요. 근데 막상 지도교수님께 컨택 메일을 보내려니 첫 문장에서 30분째 멈춰 있네요 ㅎㅎ 실무 4년차라고 먼저 밝히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읽은 논문 얘기부터 꺼낼까요? 먼저 보내보신 분들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지도교수님 컨택 메일, 첫 문장 뭐라고 쓰셨어요?
9.9 08:19조회수 0댓글 7
저는 아직 학부생이라 컨택 메일은 못 보내봤지만, 지난 학기에 논문 자문 구하려고 교수님께 메일 쓰다가 첫 문장만 열 번 고쳐 쓴 기억이 나네요. 결국 "○○ 수업 들었던 시각디자인과 규민입니다"로 시작했는데, 그거 쓰는 데만 40분 걸렸어요 ㅎㅎ 선배님은 논문을 이미 여러 편 읽으셔서 저랑은 상황이 많이 다를 것 같긴 해요. 4년차 실무 경력이면 그 자체가 강점일 텐데, 3D 공간 인지라는 주제랑 실무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어느 쪽으로 시작해도 결국 한 문단 안에 다 들어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저도 나중에 대학원 생각하고 있어서 답글 달리는 거 눈여겨보려고요. 혹시 메일 보내시고 답장 오면 어떻게 쓰셨는지 후기 남겨주실 수 있을까요?
규민님 그 40분 완전 공감돼요 ㅎㅎ 저는 결국 논문 얘기부터 꺼내기로 했어요. 실무 경력은 두 번째 문단에서 "현업에서 3D 공간 작업하다 보니 이 부분이 궁금해졌다"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붙이니까 훨씬 덜 어색하더라고요. 첫 문장부터 저를 소개하려니까 계속 막혔는데, 교수님 연구 얘기로 시작하니 술술 써졌어요. 답장 오면 꼭 후기 남길게요!
저는 대학원 컨택 경험은 없어서 다른 얘기부터 하자면, 첫 문장을 30분 붙잡고 계신 건 사실 첫 문장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제 경우엔 안 써지는 메일은 대체로 "내가 이 사람에게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가 안 정해졌을 때더라고요. 브랜드 일하면서도 비슷해요. 슬로건이 안 나올 땐 슬로건이 문제가 아니라 포지셔닝이 안 잡힌 거였고요. 승호님 글에서는 이미 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3D로 만든 공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인지하는지, 이 문장 하나가 실무 4년차보다 훨씬 선명하잖아요. 물론 학계 관습은 제가 모르니까 이건 그냥 바깥사람 감상이고요. 실제로 컨택 메일 보내보신 분들 답변이 저도 궁금하네요.
저는 개발자 쪽 컨택은 아니고 사내 리서치 협업 요청 메일 정도가 최대라서 정답은 못 드리겠는데요, 예전에 UX 연구하시는 교수님께 인터뷰 요청 메일 보낼 때 딱 그 지점에서 헤맸어요. 소속부터 쓸까, 왜 연락드리는지부터 쓸까 하면서 커서만 깜빡깜빡. 결국엔 그분 논문 중에 제가 실무에서 계속 부딪히던 부분이랑 겹치는 대목을 한 줄로 적고 시작했는데, 답장에서 그 문장을 먼저 짚어주시더라고요. 4년차라는 정보 자체보다 "실무에서 이걸 계속 마주쳤다"는 맥락이 붙을 때 힘이 생기는 느낌이었달까요. 승호님은 3D 공간 인지라는 주제가 실무랑 딱 붙어 있으니까 둘을 굳이 나눌 필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저도 다른 분들 답변 궁금해서 계속 보고 있을게요!
저는 컨택 메일 쓸 때 첫 문장에 실무 몇 년차라는 말을 안 넣었어요. 3D 쪽 랩실이었는데, 제가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공간 스케일이 화면에서 실제보다 좁아 보이는 문제로 계속 씨름했다는 얘기를 두 줄로 먼저 썼거든요. 그리고 나서 교수님 논문 중 그 현상 다룬 부분이 제 고민과 겹쳐서 연락드렸다고 이었어요. 경력을 밝히는 건 그 다음 문단에 자연스럽게 붙더라고요. 논문부터 꺼내느냐 실무부터 꺼내느냐를 나눠서 생각하니까 저도 한참 막혔었는데, 실무에서 부딪힌 질문이 논문으로 넘어가는 흐름으로 붙이면 둘 다 들어가요. 승호님은 이미 인지 쪽으로 파고들 지점이 뚜렷하시니까 그 부분이 첫 문장 재료가 될 것 같아요!
저는 컨택 메일을 써본 적이 없는 쪽이라 승호님 그 30분이 좀 다르게 보였어요. 대신 인하우스에서 리브랜딩 자문 구하려고 교수님께 메일 보낸 적은 있는데요, 그때 제가 첫 문장을 열두 번쯤 지웠거든요. 결국 보낸 건 "교수님 2023년 논문 3장에서 공간 인지 부분을 읽다가"로 시작하는 문장이었어요. 근데 지금 와서 보면 그게 잘한 선택이라기보다, 제 소개를 먼저 쓰면 "그래서 뭘 원하는데요"가 너무 늦게 나오는 게 무서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여쭤보고 싶은 게, 승호님은 읽으신 논문 중에 "이 방 아니면 안 되겠다" 싶은 한 편이 따로 있으세요? 그게 있으면 첫 문장은 그냥 그 논문 얘기가 될 것 같기도 해서요. 어… 저도 그때 그걸 못 골라서 열두 번 지웠던 거네요.
저도 그 열두 번 지운 거,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못 보낸 쪽인데도 첫 문장이 30분 걸린 이유가 결국 그거였거든요. 논문을 열 편쯤 읽었는데 "이 방 아니면 안 되겠다" 싶은 한 편은 아직 못 골랐어요. 결론만 보고 넘긴 게 많아서 그런 것 같고요 ㅎㅎ 그래서 요즘은 논문 한 편 읽을 때마다 "이 부분이 내 작업의 어디랑 걸린다" 한 줄씩 남기는 식으로 쪼개고 있어요. 제 경우엔 그 한 줄이 쌓이면 어느 논문이 반복해서 나오는지가 보일 것 같아서요. 첫 문장을 못 고르는 게 실력 문제가 아니라, 아직 그 한 줄들이 안 쌓인 상태인 거죠. 교수님 논문 3장 얘기로 시작하셨다는 건, 적어도 그 한 줄은 이미 갖고 계셨던 거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