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신입 디자이너가 보면 도망쳐야하는 레드 플래그 채용공고
안녕하세요 디자이너님들. 5년차 프로덕트 디자이너 지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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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예요. 채용공고는 거짓말을 안 해요. 우리가 안 읽을 뿐이죠.
많은 디자이너님들이 "취업이 안 돼요ㅠㅠ" 하는데, 사실 문제의 절반은 공고 읽는 눈이 없어서예요. 저도 그랬어요. 신입 때 "일단 어디든 들어가야지" 하고 아무 데나 원서를 넣었다가, 커리어 첫 1년을 통째로 날린 적이 있거든요. 그때 깨달았어요. 이력서 백 번 넣는 것보다 공고 한 개 제대로 읽는 눈이 훨씬 세다는 걸요. 그래서 수백 개를 뜯어보면서 정리한 "여기는 가면 안 돼요" 레드플래그를 오늘 다 풀게요. 하나씩 따라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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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플래그 1: "디자인 올라운더를 찾습니다"
제일 먼저 도망쳐야 하는 건 이 문장이에요.
- UI/UX, 그래픽, 영상, 웹, SNS 콘텐츠 전반을 담당
- 디자인 전반에 걸쳐 유연하게 업무 수행
- 포토샵, 일러스트, 피그마, 프리미어, 에펙 등 다양한 툴 사용
멋있어 보이지만 번역하면 "디자이너 딱 한 명 뽑아서 다 시킬 거예요"거든요. 님이 UI도 만들고 명함도 만들고 대표님 인스타 배너까지 만드는 거예요. 근데 진짜 무서운 건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사수가 없다는 거예요. 님 결과물이 잘된 건지 아닌지 말해줄 사람이 없어서, 기준을 잡아야 할 신입 1년이 그냥 사라져요. 초기 스타트업은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올라운더"라는 단어 뒤엔 대개 "인건비 아끼려고 한 명한테 몰빵"이 숨어 있어요. 면접에서 디자인 팀이 몇 명인지 물었을 때 "지금은 1명인데 앞으로 늘릴 거예요"라는 답이 오면, 그 '앞으로'는 안 와요. 진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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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플래그 2: 연봉을 숨기는 공고
"면접 후 협의", "경력에 따라 협의", "회사 내규에 따름". 잘 들으세요. 연봉 잘 주는 회사는 그걸 자랑해요. "신입 4,500"이라고 대문짝만하게 걸어놔요. 숨긴다는 건 숨길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특히 신입한테 "협의"라고 쓰는 건 님이 시세를 모를 테니 최대한 낮게 후려치겠다는 뜻일 때가 많아요.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를 먼저 뒤져보고, 정보가 없는 작은 회사면 면접에서 그냥 물어보세요. 연봉 묻는 거 결례 아니에요. 한마디 더 보태면 무턱대고 말하지 말고 분위기 봐서 물어보는 거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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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플래그 3: "열정", "성장", "패밀리"가 유난히 많은 공고
"열정 있는 인재", "빠르게 성장하는 환경", "가족 같은 분위기" 같은 말이 가득한 공고도 촉을 세워야 해요. 이 단어들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연차·유연근무·식대·장비 같은 구체적인 조건은 하나도 없이 감성 문구만 가득하다면 그건 "줄 게 이 말밖에 없어요"라는 자백이에요. 특히 "가족 같은 분위기"는 제발 조심하세요. 가족은 퇴근 시간이 없거든요. 불만이 생겨도 "가족끼리 그런 말 하냐"는 분위기에 눌려서 말도 못 꺼내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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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플래그 4: 상시 채용
같은 자리를 반년 넘게 계속 뽑고 있는 회사도 신호예요. 사람이 계속 나가거나, 뽑아놓고도 상시로 구인하며 사람을 소모품 취급하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물론 디자인 직군은 이직 주기가 짧아서 버퍼로 열어두는 착한 회사도 있어요. 구분법은 간단해요. 2~3개월 간격으로 똑같은 직무가 "25하반기 채용", "26상반기 채용"처럼 이름만 바꿔서 계속 올라오면, 그건 사람이 갈려나가고 있는 거예요. 사람인이나 원티드에서 그 회사 채용 이력을 쭉 훑으면 답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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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플래그 5: "야근 없음"을 강조하는 공고
역설적인 신호예요. 진짜 야근 없는 회사는 그걸 굳이 안 써요. 자랑처럼 박아놨다는 건 원래 이 바닥이, 혹은 이 회사가 야근 지옥이라는 뜻이에요. 같은 결로 "자유로운 출퇴근"은 눈치 퇴근인 경우가 많고, "수평적 문화"는 호칭만 수평이고 결정은 수직이고, "자기계발 지원"은 교육비 연 10만 원인 경우가 흔해요. 문구 말고 실체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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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플래그 6: JD(직무기술서)가 모호한 공고
무슨 일을 시킬지 안 적힌 공고도 위험해요. "디자인 관련 업무 전반", "기타 경영진이 요청하는 업무" 같은 문장은 사실 "뭘 시킬지 우리도 아직 안 정했어요"라는 뜻이거든요. 들어가면 디자인은 기본이고 PPT에 엑셀 함수에 이벤트 기획에, 심하면 택배 정리까지 튀어나와요. 반대로 좋은 공고는 "B2B SaaS 대시보드 UI 설계", "사용자 인터뷰 기반 UX 리서치"처럼 구체적이에요. 구체적이라는 건 그 역할에 대한 기대가 분명하다는 거고, 입사 후에도 업무 범위가 명확할 가능성이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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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플래그 7: 포트폴리오 + 사전과제 + 2차과제 + 3차면접...
전형이 끝도 없이 긴 회사, 특히 무보수 사전과제를 두 번 이상 요구하는 곳도 조심하세요. 단계 많은 것 자체가 죄는 아니에요. 큰 회사는 원래 검증이 길어요. 문제는 밤새우는 과제를 두 번 시키면서 피드백도 안 주거나, 면접비 준다고 계좌 받아놓고 안 주거나, 결과 발표를 한 달씩 미루는 경우예요. 그건 그 조직의 의사결정이 엉망이라는 신호고, 입사하면 리비전이 무한루프로 돌아요. 서류-과제-실무면접-임원면접-최종, 이 정도가 상식적인 흐름이에요. 이보다 길어지면 가고 싶던 회사여도 이미 레드 플래그를 하나 본 거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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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플래그 8: 리뷰가 극단적인 회사
잡플래닛 별점이 2점대거나 "사수 없음", "체계 없음", "잡무", "갈아넣기", "대표 마인드" 같은 키워드가 반복되면 촉을 세우세요. 퇴사자 화풀이 리뷰도 있겠지만, 같은 말이 리뷰 세 개 이상에서 반복되면 그건 감정이 아니라 패턴이에요. 그리고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하세요. 좋은 리뷰는 회사가 직접 썼을 수도 있지만, 나쁜 리뷰는 대체로 사실이에요. 삭제된 리뷰가 유난히 많으면 그건 대표가 지운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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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플래그 9: 뭘로 돈 버는지 모르겠는 회사
여기서부턴 조금 더 무거운 얘기예요. 공고를 다 읽었는데도 "그래서 이 회사 뭘로 먹고살지?"가 안 잡히면, 그거 생각보다 위험해요. 회사 소개는 있는데 무슨 제품을 파는지가 없고, "혁신적인 플랫폼" 같은 말만 둥둥 떠다니고, 사업자 정보나 소재지가 흐릿하거나 자꾸 바뀐다면요. 주요 사업을 떳떳하게 못 밝히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심하면 다단계나 유사수신, 불법 도박 같은 곳이 겉모습을 포장하려고 디자이너를 뽑기도 하거든요. "일단 디자인 일이니까" 하고 들어갔다가 나도 모르게 불법 영업의 도구를 만들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홈택스에서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하고 대표자와 회사명을 뉴스랑 커뮤니티에 검색해보세요. 이 회사가 뭘 파는지 한 문장으로 설명이 안 되면, 면접에서 주요 매출이 어디서 나오는지 꼭 물어보고, 얼버무리면 뒤도 보지 말고 거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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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플래그 10: "투자"·"정부지원"만 자랑하는 회사
마지막 신호는 좀 의외일 거예요. "시리즈 A 투자 유치", "누적 투자금 OO억", "정부 지원 사업 선정"만 잔뜩 자랑하고 매출이나 영업이익 얘기는 한 글자도 없는 회사예요. 투자와 정부지원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그것만 있을 때가 문제예요. 냉정하게 보면 투자금과 지원금은 회사가 스스로 번 돈이 아니라 회사를 연명시키는 수액이거든요. 결국 제품으로 돈을 못 벌면 그 수액 떨어지는 순간 구조조정 아니면 폐업이고, 그때 제일 먼저 흔들리는 자리가 어디겠어요. 네, 신입 자리예요. 잡코리아 기업정보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를 보세요. 매출이 늘고 있는지, 적자 폭이 줄고 있는지가 핵심이에요. 면접에서 지금 매출과 흑자 전환 계획을 물었을 때 자꾸 투자 얘기로만 도망가면, 그 회사는 아직 제 발로 못 서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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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어떤 공고를 골라야 할까
여기까지 오면 좋은 공고 고르는 법은 저절로 나와요. 지금까지 말한 열 가지를 그냥 뒤집으면 되거든요. 맡을 분야가 하나로 명확하고 위에 사수가 있고, 연봉을 숫자로 걸어두고, 복지를 항목으로 적어두고, 이번에 왜 사람을 뽑는지 설명하고, 야근 없다고 자랑하는 대신 근무시간을 담백하게 쓰고, JD가 구체적이고, 전형이 합리적이고, 재직자 평판이 안정적이고, 뭘로 돈 버는지 떳떳하고, 투자 자랑 대신 매출과 성장을 얘기하는 회사요. 열 개를 다 만족하는 공고는 거의 없어요. 그래도 절반 이상 걸린다면 그 회사는 지원자를 존중하고 제 발로 서 있는 곳일 확률이 높으니까, 그럴 땐 망설이지 말고 지원하세요.
진심 하나만 남기고 갈게요. 취업이 급하면 이 신호들이 하나도 안 보여요. "일단 어디든"이라는 마음이 눈을 가리거든요. 저도 그래봤어요. 근데 잘못된 첫 직장에서 1년 버티는 것보다, 한 달 더 준비해서 제대로 된 곳에 가는 게 커리어 전체로 보면 훨씬 이득이에요. 공고 읽는 것도 결국 디자이너의 리서치 역량이에요. 공고 쓴 사람 말고, 그걸 읽는 나, 그러니까 사용자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뜯어보세요. 님들 그거 원래 잘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다들 좋은 회사 만나요. 화이팅이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