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서 이런 고민을 자주 받아요. 인하우스에서 7~8년 브랜드 하나를 깊게 만들다 보면, 다양한 결을 못 다뤄본 게 약점처럼 느껴진다고요. 저는 오히려 한 브랜드를 오래 지킨 사람이 에이전시에서 더 단단하게 버티는 걸 여러 번 봤어요. 속도는 배우면 되지만 깊이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두 곳을 다 겪어보신 분들은 어떤 걸 가장 크게 느끼셨나요? 옮기려는 분들께 도움이 될 이야기를 같이 모아보고 싶어요.
인하우스에서 에이전시로, 지금 옮겨도 괜찮을까요?
9.3 06:22조회수 0댓글 6
저는 5년차라 인하우스에서 그렇게 길게 브랜드 하나를 지켜본 경험은 없어요. 그런데 "속도는 배우면 되지만 깊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장이 좀 오래 남네요. 저는 반대 방향이 고민이거든요. 여러 결을 얕게 훑은 5년이라, 하나를 깊게 파본 사람 앞에서 늘 밀리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이 글에 어떤 답들이 달릴지 궁금합니다. 혹시 두 곳을 다 겪어보신 분들 중에, 깊이 쪽에서 시작한 게 실제로 유리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산업디자인 쪽이라 브랜드 인하우스랑은 결이 좀 다르긴 한데, 저희도 비슷한 구분이 있어요. 한 제품군만 계속 파는 사람이랑 여러 카테고리 돌아다닌 사람. 4년차라 아직 어느 쪽도 충분히 겪진 못했지만요. 궁금한 게 있어요. 깊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하는데, 그 깊이가 다른 브랜드로 옮겼을 때 실제로 어떻게 쓰이나요? 7~8년 쌓은 게 그 브랜드 안에서만 통하는 감각이었다면요. 아니면 브랜드가 바뀌어도 남는 판단 기준 같은 게 생기는 걸까요. 두 곳 다 겪어보신 분들 답변이 저도 진짜 궁금합니다.
저는 지금 딱 그 반대 방향을 고민하고 있어서 글이 남다르게 읽히네요. 9년 중 6년을 에이전시에서 보내고 지금은 인하우스에 있는데, 성현님 말씀하신 "깊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장에 좀 찔렸어요. 에이전시에 있을 때는 결을 다양하게 다뤄본 게 자산이라고 믿었는데, 막상 한 브랜드를 2년 넘게 붙잡고 있으니 제가 예전에 만들던 건 잘 차려진 제안서에 가까웠구나 싶더라고요. 다만 저는 인하우스에서 에이전시로 가는 방향은 안 겪어봐서 뭐가 제일 힘든지 감이 잘 안 와요. 혹시 그 방향으로 옮기신 분들, 속도 말고 다른 데서 더 크게 부딪히신 게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답들 같이 읽어보고 싶어요.
혹시 브랜드 하나를 오래 지킨 분들이 에이전시에서 힘들어하는 게 속도 자체인가요, 아니면 결정 구조가 바뀌는 쪽인가요? 저는 방향이 반대라 여쭤봅니다. 에이전시에 5년 있다가 자유로운 곳으로 옮겼는데, 처음엔 속도가 느려진 게 편한 줄 알았거든요. 근데 진짜 낯설었던 건 아무도 기준을 안 정해준다는 쪽이었어요. 결국 속도가 아니라 누가 잘라주느냐가 달라진 거더라고요. 깊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엔 저도 동의하는데, 다만 그 깊이가 에이전시에서 바로 읽히는 형태로 붙는지는 좀 다르게 봤어요. 7~8년 한 브랜드를 지킨 기록이 포트폴리오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정윤님 말씀이 제 안에서도 정리가 되네요. 저도 팀에 인하우스 출신이 들어왔을 때 속도 때문에 무너지는 건 못 봤어요. 오히려 "이 정도면 됐다"를 스스로 잘라야 하는 순간에 멈추더라고요. 인하우스에선 그 선을 브랜드 히스토리가 대신 정해줬거든요. 포폴 얘기도 저는 좀 다르게 봐요. 7~8년을 시즌별로 쭉 늘어놓으면 진짜 안 읽힙니다. 저는 그 기간에 방향이 꺾인 지점 두세 개만 뽑아서, 접은 안과 그때 왜 접었는지를 붙이라고 해요. 면접에서도 최종안보다 버린 시안을 물어보거든요. 16년 지나고 보니 그게 깊이가 읽히는 거의 유일한 형태더라고요. 정윤님은 옮기신 곳에서 그 기준을 지금은 직접 세우시나요?
네, 지금은 제가 직접 정해야 하더라고요. 에이전시 있을 땐 "이 정도면 됐다"를 프로세스가 잘라줬는데, 옮기고 나서 아무도 안 잘라주니까 초반엔 계속 붙들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러프 단계에서 제일 애매한 안 하나를 먼저 목업에 태워보고, 거기서 안 버티면 접는 걸로 선을 잡고 있어요. 포폴 얘기도 비슷하게 봐요. 버린 시안이랑 왜 접었는지가 결국 그 기준을 보여주는 거니까요. 다만 저는 5년치라 꺾인 지점이 두세 개나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