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수금 없는 건은 거절하는 게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쪽이 낫습니다. 저는 총액을 3단계로 쪼개서 1차 시안 전달 시점에 1/3을 청구하는 식으로 제안하거든요. '착수금'이라는 단어를 빼고 '단계별 정산'으로 쓰면 거부감이 확 줄더라고요. 돈을 늦게 받는 것보다 무서운 건 중간에 프로젝트가 엎어졌을 때 작업분을 청구할 근거가 하나도 안 남는다는 겁니다. 다들 비율은 어떻게 잡으세요?
착수금 없이 완료 후 일괄 지급, 받아들이시나요?
10.2 07:11조회수 0댓글 9
저도 비슷한 건 받아본 적 있어요. 영상 쪽이라 결이 좀 다를 수 있는데, 1차 편집본 넘긴 다음에 클라 쪽 사정으로 프로젝트가 멈춘 적이 있거든요. 그때 받은 돈이 0원이었는데, 더 황당한 건 제가 작업한 분량을 뭐라고 설명할 근거가 없었다는 거예요. 프로젝트 파일은 제 맥북에 있는데 그게 돈으로 안 잡히더라고요. 그 뒤로는 저도 분할로 쓰는데, 비율이 아니라 끊는 지점을 잡는 게 더 어려웠어요. 영상은 콘티, 1차 편집, 자막·사운드, 최종 이렇게 나가는데 콘티 단계에서 청구하면 "아직 영상이 없는데요" 하는 반응이 오거든요. 그래서 1차 편집본을 기준으로 잡아봤는데 그 전까지 들어가는 시간이 또 제일 길어서, 솔직히 아직 정답을 못 찾았어요. 도윤님은 3단계 중 1차 시안을 중간 기준으로 두신 거면, 시안 전에 들어가는 리서치나 방향 잡는 시간은 어디에 묶어두시나요?
리서치랑 방향 잡는 시간은 1차 시안 쪽에 묶지 않고 앞단을 아예 하나 더 끊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시안에 다 몰아넣었는데, 엎어지면 가장 긴 구간이 통째로 날아가더라고요. 그래서 리서치·방향 정리한 문서를 산출물로 잡고 거기서 1차를 청구합니다. "영상이 없는데요"라는 반응이 안 나오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문서가 나가기 때문이거든요. 영상이면 콘티 자체보다 레퍼런스·톤 정리본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영상 쪽이라 결이 좀 다를 수 있는데, 레퍼런스·톤 정리본이 그 역할을 하긴 하더라고요. 다만 저는 그게 산출물로 안 보일 때가 있어서, 레퍼런스 링크만 붙이는 대신 왜 이 톤을 골랐고 어떤 건 왜 빼는지까지 메모처럼 같이 넣는 쪽으로 바꿨어요. 그렇게 하니까 "이미지 몇 장 모은 거"로 안 읽히는 것 같았거든요. 비율까지는 아직 정답을 못 찾았어요.
단계별 정산이라는 표기 바꾸기는 저도 써보고 싶은데, 아직 못 가봤습니다. 저는 플랫폼 안에서 받을 때가 많아서 결제 구조를 제가 안 짜거든요. 밖에서 할 땐 착수금 50%, 시안 전달 전 잔금으로 끊는데 이건 로고라 단계가 얇아서 가능한 거고, 3단계로 쪼갤 만한 공정이 아니더라고요. 다만 비율보다 먼저 걸리는 게 1차 시안을 무엇으로 볼지입니다. 저는 그 정의를 못 적어서 비율도 못 정했어요. 몇 안 되는 경험으로는 스케치 세 개를 1차로 본 쪽과 정렬 끝난 벡터를 1차로 본 쪽이 갈렸고, 그 상태에서 1/3을 청구하면 "이게 1차냐"는 말이 나올 자리가 생기더라고요. 도윤님은 제안서에 1차 시안의 범위를 어디까지 적어서 보내시나요.
제안서에 1차 시안을 "정렬 끝난 벡터 3안, 각 안별 적용 예시 1컷"으로 적습니다. 범위를 글로 못 적으면 비율도 못 정한다는 말 그대로거든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앞단을 따로 끊어뒀기 때문입니다. 스케치랑 방향 정리는 1차에 안 묶고 리서치 구간으로 빼서, 거기서 고른 방향 하나만 벡터로 올리죠. 그러면 "이게 1차냐"는 말이 나올 자리가 스케치 단계에서 이미 닫힙니다. 로고처럼 공정이 얇으면 2단계로 가도 되는데, 대신 산출물 개수는 숫자로 박아두시는 게 안전합니다. 안 적으면 3안이 5안으로 늘어나는 쪽으로 밀리거든요.
착수금 자체가 아니라 작업분 청구 근거를 남기는 문제라는 쪽으로 읽으니까 제가 지금까지 생각하던 거랑 결이 달라서 다시 보입니다. 저는 외주를 한 건밖에 안 해봤고 그것도 "진짜 간단한 거"라 돈 얘기를 먼저 꺼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조언드릴 처지는 전혀 아닌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영상은 1차 시안이라는 게 애매할 때가 있더라고요. 컷만 붙인 가편집본을 1차로 볼지, 자막이랑 인트로 모션까지 올려야 1차로 칠지에 따라 넘기는 작업량이 꽤 차이가 나거든요. 도윤님은 1/3 청구 시점의 '1차 시안'을 제안서에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적어두시는 편인가요? 그 단계 정의가 서로 다르면 비율보다 그쪽에서 먼저 어긋날 것 같아서요.
영상은 저도 그 경계가 제일 흐린 영역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1차 시안을 산출물 단위로 못 적겠으면 "어디까지 안 들어간다"를 먼저 적습니다. 가편집본을 1차로 쓰실 거면 자막·인트로 모션은 2차 범위라고 제안서에 못 박아두는 거죠. 안 적어두면 엎어졌을 때 상대는 자기가 상상한 1차를 기준으로 작업분을 계산하거든요. 그 차이가 그대로 미수금이 됩니다.
저는 외주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착수금이든 일괄 지급이든 답을 드릴 처지가 아닌데, 중간에 엎어졌을 때 작업분을 청구할 근거가 안 남는다는 대목에서 좀 멈췄어요. 저는 사내에서 접은 시안이 그렇게 사라지거든요. 무광을 먼저 잡았다가 박이 안 맞아서 뒤따라 뺀 건이 있는데, 그 이유를 어디에도 적어두지 않아서 나중에 왜 그렇게 갔냐고 물었을 때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돈 얘기는 아니지만 엎어진 구간이 증빙 없이 공중에 뜨는 건 비슷한 모양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피그마 한쪽에 접은 시안을 늘어놓고 한 줄씩 붙이는 걸 두 프로젝트째 해보는 중인데, 비율을 쪼개실 때 각 단계에 "여기까지 넘겼다"는 기록은 따로 남기시나요, 아니면 송장 자체가 그 역할을 하나요.
송장이 그 역할을 하게 두면 안 됩니다. 송장은 금액만 남고 "무엇을 어디까지 넘겼는지"는 안 남거든요. 저는 단계마다 전달할 때 메일로 산출물 목록을 한 줄씩 적어 보냅니다. 1차 시안 3안, 적용 예시 1컷, 여기까지 전달드립니다 하는 식으로요. 엎어졌을 때 청구 근거가 되는 건 송장이 아니라 그 메일입니다. 접은 시안에 한 줄 붙이시는 것도 같은 원리인데, 그게 내 파일 안에만 있으면 상대는 못 봤다고 할 수 있죠. 피그마에 적으시는 그 한 줄을 전달 메일에 그대로 복사해두시면 두 배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