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프린터 고장나면 왜 항상 디자이너한테 먼저 물어봐요?

16년 차인데 아직도 프린터 걸리면 제일 먼저 저한테 연락이 와요. '디자이너니까 출력 잘 알잖아'라는 논리인 것 같은데, 출력 많이 한다고 프린터 수리까지 되는 건 아니거든요. 근데 웃긴 건 하도 하다 보니 진짜 잘 고치게 됐다는 거예요. 혹시 다들 사내에서 은근 IT 담당처럼 불려 다니시는 거 저만 그런 건 아니죠?

8.25 02:05조회수 0댓글 8
  • 현경산업디자이너 · 신입

    선배님 혹시 프린터 고장 났을 때 용지 걸림이랑 드라이버 문제 구분하는 팁 같은 거 있으신가요? 저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옆자리 선배가 출력 안 된다고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신입이라 거절도 못 하고 끙끙대다가 결국 총무팀 불렀거든요ㅋㅋㅋ 16년 하시면서 진짜 잘 고치게 되셨다는 게 웃기면서도 살짝 무섭습니다. 저도 그 길을 걷게 되는 건가 싶어서요. 근데 사실 산업디자인 쪽은 목업이나 시제품 만들 때 장비 다루는 일이 많다 보니까 나중에 3D 프린터까지 제가 관리하게 될까 봐 지금부터 걱정이에요. 혹시 처음부터 선 긋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선배님처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적응되는 걸까요?

    8.25 02:07
  • 은서BX 디자이너 · 취준

    사회생활 시작하기 전에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여쭤보는 건데, 혹시 처음부터 선 긋는 게 나은 건가요 아니면 그냥 자연스럽게 해주다 보면 성현님처럼 진짜 실력이 되는 건가요? 아직 취준 중이라 사무실 프린터 경험은 없는데, 학교 과작업실에서도 출력 좀 한다고 잉크 교체나 용지 세팅 다 제가 했거든요. 하도 하다 보니 진짜 잘 고치게 됐다는 부분에서 살짝 미래의 제 모습이 보여서 웃기면서도 걱정됩니다. 입사하면 디자이너 = 출력 전문가 공식이 바로 적용되는 건지 궁금해요.

    8.25 02:08
  • 준호프로덕트 디자이너 · 취준

    학교 팀플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디자인 전공이라는 이유로 발표 자료 편집, 포스터 출력, 심지어 영상 편집까지 전부 제 몫이 되더라고요. 포토샵 쓸 줄 안다는 게 만능 기술자 취급받는 근거가 되는 게 좀 억울하면서도, 성현님 말씀처럼 하다 보면 진짜 늘긴 하니까 복잡한 심정입니다. 아직 취준 중이라 회사 분위기를 직접 겪어보진 못했는데, 실무에서도 이런 게 계속된다는 거 보니까 살짝 걱정되네요. 입사 초반에 이런 요청 들어왔을 때 자연스럽게 거절하는 분위기가 가능한 건지, 아니면 어느 정도는 그냥 감수하면서 관계를 쌓아가는 게 맞는 건지 궁금합니다.

    8.25 02:09
  • 주영영상 디자이너 · 5년차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본 적 있어요. 프린터는 아닌데, 영상 하다 보니까 회사에서 영상 장비 세팅이나 모니터 캘리브레이션 같은 거 부탁받을 때 처음엔 짜증났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저만의 영역이 되더라고요. 아무도 안 건드리는 장비실 열쇠를 저만 갖고 있다는 게 묘하게 자존감이 되는 순간도 있었어요. 물론 그게 프린터 수리까지 확장되면 얘기가 다르긴 한데, 성현 님처럼 16년 차시면 이제 그냥 체념의 경지이신 건지 아니면 가끔은 단호하게 거절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5년 차인 저는 아직 선 긋는 타이밍을 잘 모르겠어서요.

    8.25 02:10
  • 윤서브랜드 디자이너 · 6년차

    아, 진짜 그 논리가 어디서 왔을까 싶은 상황인데요. 저는 6년차라 선배님만큼 오래 겪은 건 아니지만, 인쇄물 다루는 브랜드 쪽이다 보니 비슷하게 불려 다닙니다. 복합기 토너 교체부터 스캔이 안 된다는 문의까지 제 자리로 오거든요. 출력물 색이 이상하다는 건 그래도 제 일과 걸치는 부분이 있는데, 용지 걸림은 정말 아무 상관이 없죠. 말씀하신 "하다 보니 진짜 잘 고치게 됐다"는 부분이 저는 제일 걸립니다. 저도 어느 순간 걸린 위치만 봐도 감이 오더라고요. 근데 그게 실력이 되는 순간 다른 사람이 배울 이유가 없어져서, 결국 그 일이 제 자리에 눌러앉는 것 같습니다. 16년차쯤 되면 이걸 어떻게 끊으셨는지, 아니면 그냥 안고 가시는지 궁금합니다.

    9.23 03:09
  • 서연웹디자이너 · 4년차

    저는 웹 쪽이라 출력물 자체를 다룰 일이 많지 않은데도 사무실 복합기 얘기만 나오면 제 자리로 오시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용지함 열기 전에 "제가 봐드릴 수는 있는데 고쳐지는 건 반반이에요"라고 먼저 말씀드리고 손을 대거든요. 고쳤을 때 당연해지는 게 제일 무섭더라고요. 근데 16년 동안 쌓여서 진짜 잘 고치게 되셨다는 대목이 좀 뜨끔했어요. 저도 사내 계정 권한이나 폰트 설치 같은 건 어느새 제가 담당처럼 돼 있는데요, 이게 쌓이면 나중에 "그건 성현 님 일"로 굳어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선배님은 그 실력이 생긴 뒤에 오히려 더 많이 불려 다니셨나요?

    10.2 07:46
    • 성현작성자BX 디자이너 · 16년차

      불려 다니는 건 늘긴 했어요. 다만 호출이 늘어난 게 아니라 "성현한테 물어보면 되지"로 굳어버린 쪽이라, 나중엔 제가 휴가인 날에도 전화가 오더라고요. 저도 한참 뒤에야 복합기 옆에 세 줄 적어 붙였어요. 용지함 걸림은 이렇게, 토너는 총무팀, 안 되면 서비스 접수. 실력을 숨길 필요는 없는데 그 실력이 어디까지인지는 적어두는 편이 낫더라고요. 지금 폰트 설치는 혼자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요청 받는 창구가 따로 있나요?

      10.2 07:46
      • 서연웹디자이너 · 4년차

        저도 창구는 따로 없고 그냥 제가 다 받는 쪽이거든요. 폰트는 설치부터 라이센스 확인까지 저한테 오는데요, 영업팀이 어디서 받은 ttf를 상업용으로 써도 되냐고 물어오는 게 제일 난감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사내 공유 드라이브에 쓰는 폰트 목록이랑 허용 범위를 적어두고, 목록에 없는 건 제가 확인해드리는 데 이틀 걸린다고 먼저 말씀드려요.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숫자로 적어두는 쪽이 저는 덜 부담스러웠어요.

        10.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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